비철금속(Non-ferrous Metal)과 산업의 방향

비철금속과 반도체 제조 공정의 상관관계

roliinews 2025. 9. 1. 16:31

반도체는 21세기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전 세계 경제와 기술 패권 경쟁을 좌우하는 전략적 자원입니다. 인공지능, 클라우드, 자율주행, 5G 통신, 국방 산업까지 모든 첨단 기술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반도체는 단순히 실리콘으로만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웨이퍼 위에 미세한 회로를 구현하고, 전기적 성질을 조절하며, 칩을 패키징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비철금속이 핵심 소재로 투입됩니다.

비철금속은 철을 제외한 금속으로, 전도성·내식성·내열성·경량성 같은 특수한 물리적 성질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성질은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전류를 빠르고 안정적으로 흐르게 하고, 회로를 작게 만들며, 전력 소모를 줄이고, 기기의 수명을 늘리는’ 데 필수적입니다. 다시 말해, 비철금속이 없이는 반도체 혁신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반도체 산업과 비철금속의 상관관계를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구체적인 금속별 역할과 기술적 특성,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그리고 미래 전망까지 다루어 보겠습니다.

 

 

반도체 제조 공정과 금속의 개입

반도체 제조 공정은 크게 다음과 같은 단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1. 웨이퍼 제조: 실리콘 또는 갈륨·인듐 같은 화합물 반도체 기반 웨이퍼 제작
  2. 회로 형성(패터닝): 포토리소그래피와 식각 공정을 통해 나노 단위 회로 패턴 생성
  3. 금속 배선 공정: 구리, 알루미늄 같은 금속을 증착하여 전류 흐름 경로 구축
  4. 도핑 공정: 인듐, 갈륨, 아연 등을 이용해 전기적 특성 제어
  5. 절연 및 보호막 형성: 알루미늄 산화막, 티타늄 질화막 등으로 안정성 확보
  6. 패키징: 금, 은, 구리 등으로 칩을 외부 회로와 연결

이 모든 단계에서 비철금속이 직접 투입됩니다. 단순히 ‘전선 재료’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나노미터 수준의 공정 정밀도를 가능케 하는 핵심 소재로 작동합니다.

 

주요 비철금속과 반도체 제조 공정

1. 구리(Cu)

구리는 반도체 배선 공정에서 가장 중요한 금속입니다. 과거에는 알루미늄 배선이 주류였으나, 미세화가 진행되면서 전기 저항이 낮고 전류 이동 속도가 빠른 구리가 대체했습니다.

  • 주요 활용: 칩 내부 배선, TSV(Through Silicon Via), 칩-패키지 연결
  • 장점: 낮은 저항, 높은 전도율, 전자 이동 속도 향상
  • 공정 기술: 구리 증착(CVD/PVD), 구리 CMP(Chemical Mechanical Planarization)

구리는 ‘반도체 속 혈관’으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2. 알루미늄(Al)

구리 도입 이전 반도체 배선의 주력이었던 금속입니다. 지금도 일부 공정에서는 알루미늄이 여전히 사용됩니다.

  • 주요 활용: 전극, 배선, 금속 배리어층
  • 장점: 가볍고 안정적이며 가공성이 뛰어남
  • 한계: 구리에 비해 전도율이 낮음

 

3. 갈륨(Ga)

갈륨은 화합물 반도체(III-V족 반도체)의 핵심입니다. 갈륨 아르세나이드(GaAs), 갈륨 나이트라이드(GaN) 같은 화합물은 전력 반도체, 5G 기지국, 레이더 시스템에 필수적입니다.

  • 주요 활용: 고주파 소자, 레이저 다이오드, LED, 전력 반도체
  • 장점: 실리콘보다 전자 이동성이 높아 고속 동작 가능
  • 특수성: 방위산업과 우주 산업에도 필수

 

4. 인듐(In)

인듐은 투명 전도막(ITO: Indium Tin Oxide)으로 유명합니다. 반도체에서는 주로 도핑과 전극 소재로 활용됩니다.

  • 주요 활용: 디스플레이 패널, 전극, 화합물 반도체(InP)
  • 장점: 전기 전도성과 광투과성을 동시에 제공
  • 핵심 역할: 반도체-디스플레이 융합 기술의 핵심

 

5. 주석(Sn)

주석은 반도체 패키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솔더링(납땜)에서 주석 합금은 칩과 기판을 연결하는 접착제 역할을 합니다.

  • 주요 활용: 솔더링(납땜), 패키징, 미세 연결
  • 친환경 변화: 무연 솔더(주석-은-구리 합금)로 전환

 

6. 금(Au)

금은 뛰어난 전도성과 내식성을 가지고 있어 반도체 패키징과 와이어 본딩에 여전히 사용됩니다.

  • 주요 활용: 와이어 본딩, 접점, 패키징 재료
  • 장점: 산화되지 않고 신뢰성이 높음
  • 단점: 가격이 비싸 대체 기술 개발이 진행 중

 

7. 은(Ag)

은은 금보다 전도율이 더 높지만 산화에 취약합니다. 최근 나노 와이어 은 소재가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반도체에 주목받고 있습니다.

  • 주요 활용: 나노와이어, 고성능 배선, 전극
  • 장점: 전도율 세계 1위 금속

 

8. 티타늄(Ti)

티타늄은 반도체 공정에서 ‘배리어 금속’으로 활용됩니다. 구리와 실리콘이 직접 접촉하면 반응하여 소자가 손상되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Ti/TiN 같은 층이 사용됩니다.

  • 주요 활용: 배리어 금속, 접착층, 질화막
  • 특수성: 안정성과 내식성이 뛰어나 고신뢰성 소자 필수

 

9. 텅스텐(W)

텅스텐은 게이트 금속과 비아 필러로 쓰입니다. 특히 고온·고압 환경에서도 안정적이어서 첨단 반도체에서 중요성이 높습니다.

  • 주요 활용: 게이트 전극, 비아 필러
  • 장점: 높은 융점, 내구성 강함

 

10. 희토류(Neodymium, Yttrium 등)

희토류는 자성 재료, 레이저 소자, CMP 연마재, 고성능 자석 등에서 다양하게 사용됩니다.

  • 주요 활용: 레이저 장비, 고성능 자석, 포토마스크 제작
  • 핵심성: 첨단 반도체 장비와 소재 모두에서 사용

 

공급망 리스크

비철금속은 단순히 산업 자원이 아니라 반도체 공급망의 목줄을 쥐고 있습니다.

  • 갈륨·게르마늄: 중국이 세계 생산량의 70% 이상 차지
  • 코발트·리튬: 아프리카와 남미에 집중
  • 인듐: 중국·한국·일본 일부 기업이 독점적
  • 희토류: 중국 의존도 80%

이 때문에 미중 기술 패권 경쟁에서 반도체뿐 아니라 비철금속 확보가 국가 전략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미래 전망

앞으로 반도체 미세화는 2nm 이하 공정으로 진행됩니다. 이때 전류 누설과 발열 문제가 심각해져 구리·은·코발트·루테늄 같은 신소재 배선이 필수적으로 검토되고 있습니다. 또한 전력 반도체와 AI 반도체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갈륨 나이트라이드(GaN), 실리콘 카바이드(SiC) 같은 화합물 반도체 소재가 확산될 것입니다.

비철금속은 단순한 원자재가 아니라 첨단 기술 경쟁의 핵심 전략 자원으로 남을 것이며, 이를 둘러싼 공급망 전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입니다.

 

 

 

반도체 제조 공정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 세계에서 이루어지지만, 그 기반에는 비철금속이라는 거대한 자원 산업이 존재합니다. 구리, 알루미늄, 갈륨, 인듐, 주석, 금, 은, 티타늄, 텅스텐, 희토류 같은 금속은 각각 특정 공정에서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은 단순히 장비나 기술뿐 아니라, 비철금속 공급망 안정성에 의해 결정됩니다.

앞으로 반도체와 비철금속의 연결고리는 더욱 긴밀해지며, 이는 곧 산업 경쟁력, 국가 안보, 글로벌 지정학까지 직결될 것입니다. 반도체를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비철금속을 이해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